[국가에너지를 생각한다-8] 전문가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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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201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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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세계 경제에 주름살이 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국제유가의 등락에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에너지 문제는 우리나라의 영원한 숙제이자 경제 안정화를 가름하는 중요한 요인인 것이다. 정부는 에너지 수급 및 관리에 관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한 원전센터 부지 선정 등 사회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정브리핑>과 산업자원부가 공동 기획한 '국가에너지를 생각한다' 최종 종합편으로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강창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비롯해 김진오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 김정관 산업자원부 자원정책과장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박상기 국정브리핑 전문위원(사회)=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계속되는 고유가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고유가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를 진단해보자.
▲김진오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 최근 고유가의 가장 큰 원인은 중동의 정정 불안과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 급증, 그리고 미국의 공급차질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지금의 이런 고유가는 수급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지난 1,2차 오일쇼크와는 엄연히 구분되며, 따라서 3차 오일쇼크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관 산업자원부 자원정책과장= 하반기에는 유가가 다소 안정될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도입하고 있는 유가밴드(석유의 안정적 시장가격유지를 위해 OPEC에서 만든 가격통제시스템)는 현재 배럴당 20∼28달러이다. 이는 지난 2000년에 만들어졌는데 당시 유로화 대비 달러가치가 26%나 떨어졌다. 이에 따라 OPEC는 최근 유가밴드 목표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목표밴드를 29∼32달러 선에서 결정하자는 것이다. 유가밴드 목표가 이같이 결정된다면 하반기부터 유가는 다소 떨어진 수준에서 안정화될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같이 20달러대 유가 형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강창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기본적으로 석유자원은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 석유 값은 계속 오를 수 밖에 없다. 지역편중도 문제다. 게다가 블랙홀이라고 하는 중국에 모든 자원이 빨려 들어갈 것이므로 다소의 등락을 거치면서 장기적으로 유가는 계속 오를 것이다.
△사회=고유가 상황을 극복해 나갈 정부 대비책은 무엇인가.
▲김 과장=에너지 급등에 대비한 상황별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에너지관련 정책이 다양한 나라는 없을 것이다. 먼저 유가급등으로 인한 충격완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석유수입부과금과 관세인하 등을 통해 유가 인상분을 흡수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소비량이 많은 산업·수송 부문의 다소비산업 구조를 저소비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에너지공급 비중을 늘리기 위해 해외자원개발 확대를 통한 석유자주개발 비율을 현재의 3%에서 2010년까지 10%로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개발 보급 비율도 2011년까지 5%로 끌어올리는 등의 계획을 가지고 있다.
△사회=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이 되면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가 좀 나아지면 다시 무관심해지는 일들이 반복된다. 하지만 에너지원의 수입의존적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의 경우 에너지에 대한 근원적인 장기대책은 필수적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먼저 국내 에너지정책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하자.
60% 넘던 석유 의존도 46%까지 떨어뜨려
▲김 과장=8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나라의 석유의존도가 거의 60%를 넘어 석유시장 동향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해야 했다. 이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에너지원별 비중의 고른 분포를 위해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보급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한 결과 석유의존도를 46%로 떨어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국제유가가 요동칠 때마다 경제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에너지원별 비중을 고르게 하는 중장기 대책은 필수적이다. 적극적인 해외유전개발로 자주개발 비율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투자 지원과 대체에너지 개발 보급 확대를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강 교수=우선 근본적인 문제점은 정치권과 국민들이 에너지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기가 없으면 생활할 수 없듯이 에너지가 없으면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 인식의 바탕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둘째는 수요관리 측면에 너무 신경을 쓰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급을 늘리는데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요관리는 소극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석유 및 액체에너지 비축능력을 OECD수준으로 확대했으면 좋겠다.
세 번째는 에너지는 공공적 성격을 띠고 있는데 무리하게 민영화를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 에너지관련 조직구성에 대해 심도 있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의 구조로는 힘들다는 생각이다. 에너지정책은 당분간 공공성을 계속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과거 동력자원부와 같은 에너지 주관 부처는 꼭 따로 있어야 한다. '에너지부'는 반드시 필요하다.
▲김 부원장=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에너지의 공급과 수요관리라는 2가지 측면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2차 오일쇼크 때는 에너지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수요관리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최근에는 지속적인 에너지개발과 함께 경제성장, 에너지안보, 환경 등이 조화된 의미의 '신판 에너지안보'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수소에너지 개발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른바 '안청희락(安淸喜樂, 안전하고 깨끗하며 즐겁고 편안함)'의 개념인 '웰빙 에너지'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요관리 강화에 보다 중점을 둬야 한다. 에너지 소비효율을 나타내는 에너지원 단위가 우리는 일본에 비해 3배 가량이 높다. 무조건적인 공급 확대보다는 효율성을 꾀하는 에너지 저소비형 구조전환이 이뤄져야 결국 공급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사회=에너지현안과 관련해 원전센터를 둘러싸고 많은 갈등을 몇 년째 겪고 있다. 해결책은 없는가.
▲김 부원장= 석유의존도를 점차 낮춰야 하는 우리의 상황에서 당분간 원전문제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국민들도 이런 시각에서 원전을 생각해주면 좋겠다. 정부를 믿으면서 장기적으로 원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구상해야지 지금 당장 해결 안되면 안 된다는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
▲김 과장=국민들 사이에 모든 발전소는 안전하지 못하며,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기피시설,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이 깊다. 발전소 안전에 대해서는 정부의 철저한 규제로 안전성을 담보할 것이며, 환경훼손은 영향평가를 통해 충분히 검증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원전수거물관리센터와 관련, 방사능 노출이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X-레이 한번 촬영시 받는 방사선의 양보다 적다는 게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뜻이다.
또 일부에서 원전수거물 독성은 수만년 지속되기 때문에 관리해도 위험하며 수거물에서 나오는 플루토늄 1g은 100만명을 암에 걸리게 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수거물의 독성은 몇 년 지나면 없어지며, 핵원료로 쓰이는 풀루토늄은 추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제원자력기구에서 관리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원전수거물에 대한 국민적 오해를 없애기 위해 전문가 집단의 안전성 검증단을 구성한다. 검증단을 통해 지역주민과 전문가들이 직접 안전성을 확인토록 해 본질적인 오해를 불식시켜나갈 것이다.
원자력 에너지 비중 최소 70%는 되어야
▲강 교수=정부 에너지기본정책 중 하나가 에너지원의 다변화인데 이 중 원자력비중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 우리나라 특성상 원자력 비중이 70% 정도 돼야 한다고 본다. 프랑스는 75%이다. 유망 대체에너지로 꼽히는 수소에너지의 대량 생산도 현재 기술로는 역부족이다. 현재는 원자력 밖에 대안이 없다. 그러나 발목을 잡는 게 많다.
국민들의 인식부족은 물론이거니와 입안자들도 마찬가지다. 과거 원자력정책을 오랜기간 밀실에서 처리한 결과 현재는 어떠한 대국민 홍보·교육도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측은 보다 현실에 맞는 고차원적인 원자력 홍보에 힘써주길 바란다. 예컨대 원자력문화재단은 요즘과 같은 고유가 시대에 걸맞는 원자력에 관한 적절한 홍보도 생각해볼 만하다. 1년 전에 했던 틀에 박힌 홍보 보다는 시대감각에 맞는 새로운 내용을 담아야 한다.
덧붙인다면 본인의 경우 원자력이 환경과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면 절대로 도입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평생을 원자력에 대해 연구한 사람으로서 단언컨대, 원자력의 안전성은 이미 대전제가 됐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원전센터 부지선정 문제와 관련, 정부·지자체·사업자·지역주민 등 4개 분야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문제를 논의하고 풀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다르게 말하면 정부의 원전 후보지 선정 작업에는 문제가 많다는 뜻이다.
국책사업은 가장 경제적인 장소에 안정적으로 건설해야 마땅하다. 조급함을 버리고 은근과 끈기를 가지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현재의 정부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어 앞으로의 다른 국책사업에도 영향이 우려된다.
△사회=그럼 어떤 방법으로 풀어가야 하는가.
▲강 교수=미국·캐나다·프랑스 등 선진국의 방법을 보고 배워야 한다. 정부·지역주민 등 4개 분야 이해 당자사들이 제도적 장치 아래에서 지속적으로 대화해야 한다.
정부는 우선 가장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장소에 부지를 지정하고 나서 4자가 모여 대화해 나가야 한다. 미국의 경우 제도적 공청회가 있고, 프랑스는 행정법원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비효율적인 일본의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지금 방식은 땜질 처방이다. 모든 주민의 의견을 다 만족시킬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유치공모-투표-보상 등의 방식은 좋지 않다는 생각이다.
▲김 과장=좋은 지적이다. 하지만 어려움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한때는 적절한 지역을 선정해서 추진했다. 안면도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지역주민의 이해갈등을 조절하는 시스템이 없어 계속 무산되고 말았다. 국가가 지정해 추진하는 방식은 이렇게 실패했다.
차선책으로 주민투표 없이 지자체 권한으로 추진하려 했지만 이 역시 난관에 부닥치면서 결국은 주민투표를 공식 절차로 채택하게 된 것이다.
△사회=원전수거물관리센터 부지선정 공모는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 과장=지난해 말 원전센터 부지선정을 위한 신규공고를 냈다. 지난달 31일 모두 10개 지역에서 유치 청원서를 제출했다. 부안 지역까지 포함시키면 11개 지역이 경합을 벌이는 셈이다. 오는 9월15일까지 예비신청을 거쳐 주민투표를 실시한 뒤 연말까지 최종 후보 부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사회=큰 사회갈등을 빚었던 원전센터 부지선정 문제가 잘 해결됨으로써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 해결의 모델케이스가 되기를 기대한다. 참고로 우리의 원자력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중국시장 등 해외 진출 가능성은 있는가.
우리의 원자력 기술 세계 최고 수준 인정받아
▲강 교수=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은 굉장히 앞서 있으며,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최고 수준이다. 특히 중소형로, 해수, 담수, 선박추진용 등 설비와 효율면에서 단연 으뜸이다.
선진국 여러 나라에서 한동안 중단됐던 원자력 기술에 대한 관심이 또다시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의 원전기술을 배우겠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그래서 원전의 해외수출 전망도 밝다.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기도 하다.
중국의 경우 시장이 크긴 한데 초창기여서 해야 할 일이 많다. 중국 쪽 물량이 너무 많아서 우리의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기술에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원전의 중국시장 진출은 가속화될 것이다.
△사회=해외유전개발의 가속화와 함께 올들어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발되는 대체에너지는 무엇이고 어떻게 진척되고 있나.
▲김 부원장= 그렇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해 기술수준이 60∼80%에 불과하며 경제성도 아직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오는 2011년까지 에너지원의 5%를 이들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할 수 있도록 투자 지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게다가 11개 신·재생에너지 분야 중 수소에너지·태양광·풍력 등의 3개 에너지에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5% 달성을 위해 9조100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이들 분야에서 세계 2, 3위 대열로 급성장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양광의 경우 우선 일사량이 높아야 하며, 반도체가 핵심기술임을 감안할 때 우리의 가능성은 높다. 일사량이 우리나라 보다 적은 독일도 태양광 개발에 주력한 결과 선진국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바람을 자원으로 한 풍력은 제주도를 비롯해 대관령·새만금 등에서 추진될 계획이다. 수소에너지 등 연료전지의 경우 전국 어느 지역이나 가스파이프가 들어가는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몇 년 안에 쾌속 성장이 점쳐진다.
▲김 과장=이들 3대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개발 보급을 서두르기 위해 얼마 전 사업단이 발족됐으며, 이 분야에 올해 중 2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강 교수=우려의 한마디를 덧붙인다면, 대체에너지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아직까지는 보조적인 에너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제성도 없으며 막대한 투자비 부담과 에너지원 공급의 불안정성 등 비효율의 한계가 많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사회=이제 수요관리 측면을 논의해보자. 수요관리 강화 방안이라면.
▲김 과장=여름철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면서 1년 중 몇 시간의 전략부하로 발전소 몇 개를 추가해야 하는 불합리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에너지 이용 효율화는 필수적이다.
전력피크 시간대 가격을 높여 에너지 사용을 자제토록 하자는 의견 개진 등 이용효율 증대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전력사용이 가장 많아지는 6월에서 9월 사이의 전기사용량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 이상 절약한 가구에게 2만원의 현금을 되돌려주는 '캐쉬 백'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또 에너지소비가 많은 2000여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연중 에너지절감 목표를 세워 이를 달성할 경우 각종 혜택을 주는 '자발적 협약' 체결 기업을 늘리고, 자동차 기준연비제도 도입 등의 시행도 검토하고 있다.
▲김 부원장= 에너지 효율화 방안 중의 하나는 에너지 가격을 정부개입 없이 시장에 맡긴다면 사실 정부가 이렇게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에너지의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
얼마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에너지세제개편에 관한 보고서'에는 에너지정책을 국가주도형으로 추진하는 바람에 다소비형 산업구조와 에너지원단위 상대가격의 왜곡을 초래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에너지소비를 통해 발생하는 환경오염이나 교통혼잡, 에너지안보 등의 외부 효과를 내재화할 수 있는 세제개편과 가격개편이 필요하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참고해야 할 일이다. 시장 메카니즘을 통해 충분히 에너지절약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사회=끝으로 북한의 경우 산악지대가 많아 물 자원을 이용한 수력발전소 건립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북한 공동의 에너지원 연계사업 추진 계획 등은 없나.
▲김 부원장= 아쉽지만 없다. 아직 북한의 수력발전 등에 관한 데이터 등 기초조사가 돼 있지 않다. 남북 에너지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에 대한 기초조사 작업이 이뤄진 뒤 연계사업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정브리핑>과 산업자원부가 공동 기획한 '국가에너지를 생각한다' 최종 종합편으로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강창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비롯해 김진오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 김정관 산업자원부 자원정책과장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박상기 국정브리핑 전문위원(사회)=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계속되는 고유가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고유가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를 진단해보자.
▲김진오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 최근 고유가의 가장 큰 원인은 중동의 정정 불안과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 급증, 그리고 미국의 공급차질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지금의 이런 고유가는 수급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지난 1,2차 오일쇼크와는 엄연히 구분되며, 따라서 3차 오일쇼크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관 산업자원부 자원정책과장= 하반기에는 유가가 다소 안정될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도입하고 있는 유가밴드(석유의 안정적 시장가격유지를 위해 OPEC에서 만든 가격통제시스템)는 현재 배럴당 20∼28달러이다. 이는 지난 2000년에 만들어졌는데 당시 유로화 대비 달러가치가 26%나 떨어졌다. 이에 따라 OPEC는 최근 유가밴드 목표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목표밴드를 29∼32달러 선에서 결정하자는 것이다. 유가밴드 목표가 이같이 결정된다면 하반기부터 유가는 다소 떨어진 수준에서 안정화될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같이 20달러대 유가 형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강창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기본적으로 석유자원은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 석유 값은 계속 오를 수 밖에 없다. 지역편중도 문제다. 게다가 블랙홀이라고 하는 중국에 모든 자원이 빨려 들어갈 것이므로 다소의 등락을 거치면서 장기적으로 유가는 계속 오를 것이다.
△사회=고유가 상황을 극복해 나갈 정부 대비책은 무엇인가.
▲김 과장=에너지 급등에 대비한 상황별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에너지관련 정책이 다양한 나라는 없을 것이다. 먼저 유가급등으로 인한 충격완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석유수입부과금과 관세인하 등을 통해 유가 인상분을 흡수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소비량이 많은 산업·수송 부문의 다소비산업 구조를 저소비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에너지공급 비중을 늘리기 위해 해외자원개발 확대를 통한 석유자주개발 비율을 현재의 3%에서 2010년까지 10%로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개발 보급 비율도 2011년까지 5%로 끌어올리는 등의 계획을 가지고 있다.
△사회=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이 되면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가 좀 나아지면 다시 무관심해지는 일들이 반복된다. 하지만 에너지원의 수입의존적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의 경우 에너지에 대한 근원적인 장기대책은 필수적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먼저 국내 에너지정책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하자.
60% 넘던 석유 의존도 46%까지 떨어뜨려
▲김 과장=8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나라의 석유의존도가 거의 60%를 넘어 석유시장 동향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해야 했다. 이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에너지원별 비중의 고른 분포를 위해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보급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한 결과 석유의존도를 46%로 떨어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국제유가가 요동칠 때마다 경제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에너지원별 비중을 고르게 하는 중장기 대책은 필수적이다. 적극적인 해외유전개발로 자주개발 비율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투자 지원과 대체에너지 개발 보급 확대를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강 교수=우선 근본적인 문제점은 정치권과 국민들이 에너지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기가 없으면 생활할 수 없듯이 에너지가 없으면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 인식의 바탕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둘째는 수요관리 측면에 너무 신경을 쓰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급을 늘리는데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요관리는 소극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석유 및 액체에너지 비축능력을 OECD수준으로 확대했으면 좋겠다.
세 번째는 에너지는 공공적 성격을 띠고 있는데 무리하게 민영화를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 에너지관련 조직구성에 대해 심도 있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의 구조로는 힘들다는 생각이다. 에너지정책은 당분간 공공성을 계속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과거 동력자원부와 같은 에너지 주관 부처는 꼭 따로 있어야 한다. '에너지부'는 반드시 필요하다.
▲김 부원장=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에너지의 공급과 수요관리라는 2가지 측면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2차 오일쇼크 때는 에너지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수요관리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최근에는 지속적인 에너지개발과 함께 경제성장, 에너지안보, 환경 등이 조화된 의미의 '신판 에너지안보'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수소에너지 개발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른바 '안청희락(安淸喜樂, 안전하고 깨끗하며 즐겁고 편안함)'의 개념인 '웰빙 에너지'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요관리 강화에 보다 중점을 둬야 한다. 에너지 소비효율을 나타내는 에너지원 단위가 우리는 일본에 비해 3배 가량이 높다. 무조건적인 공급 확대보다는 효율성을 꾀하는 에너지 저소비형 구조전환이 이뤄져야 결국 공급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사회=에너지현안과 관련해 원전센터를 둘러싸고 많은 갈등을 몇 년째 겪고 있다. 해결책은 없는가.
▲김 부원장= 석유의존도를 점차 낮춰야 하는 우리의 상황에서 당분간 원전문제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국민들도 이런 시각에서 원전을 생각해주면 좋겠다. 정부를 믿으면서 장기적으로 원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구상해야지 지금 당장 해결 안되면 안 된다는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
▲김 과장=국민들 사이에 모든 발전소는 안전하지 못하며,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기피시설,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이 깊다. 발전소 안전에 대해서는 정부의 철저한 규제로 안전성을 담보할 것이며, 환경훼손은 영향평가를 통해 충분히 검증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원전수거물관리센터와 관련, 방사능 노출이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X-레이 한번 촬영시 받는 방사선의 양보다 적다는 게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뜻이다.
또 일부에서 원전수거물 독성은 수만년 지속되기 때문에 관리해도 위험하며 수거물에서 나오는 플루토늄 1g은 100만명을 암에 걸리게 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수거물의 독성은 몇 년 지나면 없어지며, 핵원료로 쓰이는 풀루토늄은 추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제원자력기구에서 관리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원전수거물에 대한 국민적 오해를 없애기 위해 전문가 집단의 안전성 검증단을 구성한다. 검증단을 통해 지역주민과 전문가들이 직접 안전성을 확인토록 해 본질적인 오해를 불식시켜나갈 것이다.
원자력 에너지 비중 최소 70%는 되어야
▲강 교수=정부 에너지기본정책 중 하나가 에너지원의 다변화인데 이 중 원자력비중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 우리나라 특성상 원자력 비중이 70% 정도 돼야 한다고 본다. 프랑스는 75%이다. 유망 대체에너지로 꼽히는 수소에너지의 대량 생산도 현재 기술로는 역부족이다. 현재는 원자력 밖에 대안이 없다. 그러나 발목을 잡는 게 많다.
국민들의 인식부족은 물론이거니와 입안자들도 마찬가지다. 과거 원자력정책을 오랜기간 밀실에서 처리한 결과 현재는 어떠한 대국민 홍보·교육도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측은 보다 현실에 맞는 고차원적인 원자력 홍보에 힘써주길 바란다. 예컨대 원자력문화재단은 요즘과 같은 고유가 시대에 걸맞는 원자력에 관한 적절한 홍보도 생각해볼 만하다. 1년 전에 했던 틀에 박힌 홍보 보다는 시대감각에 맞는 새로운 내용을 담아야 한다.
덧붙인다면 본인의 경우 원자력이 환경과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면 절대로 도입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평생을 원자력에 대해 연구한 사람으로서 단언컨대, 원자력의 안전성은 이미 대전제가 됐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원전센터 부지선정 문제와 관련, 정부·지자체·사업자·지역주민 등 4개 분야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문제를 논의하고 풀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다르게 말하면 정부의 원전 후보지 선정 작업에는 문제가 많다는 뜻이다.
국책사업은 가장 경제적인 장소에 안정적으로 건설해야 마땅하다. 조급함을 버리고 은근과 끈기를 가지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현재의 정부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어 앞으로의 다른 국책사업에도 영향이 우려된다.
△사회=그럼 어떤 방법으로 풀어가야 하는가.
▲강 교수=미국·캐나다·프랑스 등 선진국의 방법을 보고 배워야 한다. 정부·지역주민 등 4개 분야 이해 당자사들이 제도적 장치 아래에서 지속적으로 대화해야 한다.
정부는 우선 가장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장소에 부지를 지정하고 나서 4자가 모여 대화해 나가야 한다. 미국의 경우 제도적 공청회가 있고, 프랑스는 행정법원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비효율적인 일본의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지금 방식은 땜질 처방이다. 모든 주민의 의견을 다 만족시킬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유치공모-투표-보상 등의 방식은 좋지 않다는 생각이다.
▲김 과장=좋은 지적이다. 하지만 어려움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한때는 적절한 지역을 선정해서 추진했다. 안면도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지역주민의 이해갈등을 조절하는 시스템이 없어 계속 무산되고 말았다. 국가가 지정해 추진하는 방식은 이렇게 실패했다.
차선책으로 주민투표 없이 지자체 권한으로 추진하려 했지만 이 역시 난관에 부닥치면서 결국은 주민투표를 공식 절차로 채택하게 된 것이다.
△사회=원전수거물관리센터 부지선정 공모는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 과장=지난해 말 원전센터 부지선정을 위한 신규공고를 냈다. 지난달 31일 모두 10개 지역에서 유치 청원서를 제출했다. 부안 지역까지 포함시키면 11개 지역이 경합을 벌이는 셈이다. 오는 9월15일까지 예비신청을 거쳐 주민투표를 실시한 뒤 연말까지 최종 후보 부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사회=큰 사회갈등을 빚었던 원전센터 부지선정 문제가 잘 해결됨으로써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 해결의 모델케이스가 되기를 기대한다. 참고로 우리의 원자력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중국시장 등 해외 진출 가능성은 있는가.
우리의 원자력 기술 세계 최고 수준 인정받아
▲강 교수=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은 굉장히 앞서 있으며,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최고 수준이다. 특히 중소형로, 해수, 담수, 선박추진용 등 설비와 효율면에서 단연 으뜸이다.
선진국 여러 나라에서 한동안 중단됐던 원자력 기술에 대한 관심이 또다시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의 원전기술을 배우겠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그래서 원전의 해외수출 전망도 밝다.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기도 하다.
중국의 경우 시장이 크긴 한데 초창기여서 해야 할 일이 많다. 중국 쪽 물량이 너무 많아서 우리의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기술에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원전의 중국시장 진출은 가속화될 것이다.
△사회=해외유전개발의 가속화와 함께 올들어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발되는 대체에너지는 무엇이고 어떻게 진척되고 있나.
▲김 부원장= 그렇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해 기술수준이 60∼80%에 불과하며 경제성도 아직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오는 2011년까지 에너지원의 5%를 이들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할 수 있도록 투자 지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게다가 11개 신·재생에너지 분야 중 수소에너지·태양광·풍력 등의 3개 에너지에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5% 달성을 위해 9조100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이들 분야에서 세계 2, 3위 대열로 급성장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양광의 경우 우선 일사량이 높아야 하며, 반도체가 핵심기술임을 감안할 때 우리의 가능성은 높다. 일사량이 우리나라 보다 적은 독일도 태양광 개발에 주력한 결과 선진국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바람을 자원으로 한 풍력은 제주도를 비롯해 대관령·새만금 등에서 추진될 계획이다. 수소에너지 등 연료전지의 경우 전국 어느 지역이나 가스파이프가 들어가는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몇 년 안에 쾌속 성장이 점쳐진다.
▲김 과장=이들 3대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개발 보급을 서두르기 위해 얼마 전 사업단이 발족됐으며, 이 분야에 올해 중 2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강 교수=우려의 한마디를 덧붙인다면, 대체에너지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아직까지는 보조적인 에너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제성도 없으며 막대한 투자비 부담과 에너지원 공급의 불안정성 등 비효율의 한계가 많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사회=이제 수요관리 측면을 논의해보자. 수요관리 강화 방안이라면.
▲김 과장=여름철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면서 1년 중 몇 시간의 전략부하로 발전소 몇 개를 추가해야 하는 불합리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에너지 이용 효율화는 필수적이다.
전력피크 시간대 가격을 높여 에너지 사용을 자제토록 하자는 의견 개진 등 이용효율 증대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전력사용이 가장 많아지는 6월에서 9월 사이의 전기사용량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 이상 절약한 가구에게 2만원의 현금을 되돌려주는 '캐쉬 백'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또 에너지소비가 많은 2000여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연중 에너지절감 목표를 세워 이를 달성할 경우 각종 혜택을 주는 '자발적 협약' 체결 기업을 늘리고, 자동차 기준연비제도 도입 등의 시행도 검토하고 있다.
▲김 부원장= 에너지 효율화 방안 중의 하나는 에너지 가격을 정부개입 없이 시장에 맡긴다면 사실 정부가 이렇게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에너지의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
얼마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에너지세제개편에 관한 보고서'에는 에너지정책을 국가주도형으로 추진하는 바람에 다소비형 산업구조와 에너지원단위 상대가격의 왜곡을 초래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에너지소비를 통해 발생하는 환경오염이나 교통혼잡, 에너지안보 등의 외부 효과를 내재화할 수 있는 세제개편과 가격개편이 필요하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참고해야 할 일이다. 시장 메카니즘을 통해 충분히 에너지절약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사회=끝으로 북한의 경우 산악지대가 많아 물 자원을 이용한 수력발전소 건립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북한 공동의 에너지원 연계사업 추진 계획 등은 없나.
▲김 부원장= 아쉽지만 없다. 아직 북한의 수력발전 등에 관한 데이터 등 기초조사가 돼 있지 않다. 남북 에너지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에 대한 기초조사 작업이 이뤄진 뒤 연계사업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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